'팝'이라는 단어는 1956년 리처드 해밀턴의 작은 콜라주 작품에 처음
선을 보였다. 이 작품은 여러 영역을 망라하는 인디펜던트 그룹이
런던의 화이트 채플 아트 갤러리에서 개최한 전시회 포스터 초안이었다.
리처드 해밀턴은 그 자신이 광고 작업을 한 적이 있었으며, 현대 미술 인스티튜트에서
4년간 보석 세공술과 활판 인쇄술, 산업 디자인을 가르쳤다. 그리고 해밀턴과 여러 건축가
화가, 디자이너들은 놀라운 환경을 실현했다.
그들은 문화적 공간 속으로 일상을 옮겨와 그것의 전복을 제시했고,
열광적인 야외 축제의 형태를 띤 이 진정한 집단적 퍼포먼스는
매우 냉소적이면서 전조적인 성격을 표명했다.
<도대체 무엇이 오늘날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흥미롭게 만드는가?>라는 긴 제목을 가진
리처드 해밀턴의 콜라주는 가전제품과 같은 기계적 복제 도구들이 부각되어있는 기발한 재산 목록을 보여주었다.
그는 대단한 통찰력으로 다가올 시대를 나타내는 대상과 주제를 처음으로 상세히 펼쳐 보인 것이다.
'드럭 스토어'의 이 잡동사니 집합소를 통해 미술은 당시에 일반화된
'레디 메이드' 제품들의 반(反) 미술관으로 인식되어 있었던
슈퍼마켓의 진열대와 경쟁하게 되었다.
이처럼 멋진 무질서는 소비자-관람자들이 물건들의 근접성, 그리고 먼 곳에 대한
욕구와 동시에 맺고자 시도했던 관계에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1961년 최초의 우주 비행사였던 가가린이 단번에 같은 층의 이웃보다 더 친근한 존재가
되어버린 그 세계 속으로 이 멋진 무질서는 막 들어섰던 것이다.
따라서 해밀턴은 우스꽝스러운 '실내'를 보여주게 된다. 나체의 여인은 전등갓을 뒤집어쓰고,
멀지 않은 곳에 최초 무성 영화의 '재즈 싱어'인 알 존슨은 화면의 크기 때문에
목이 잘려 있다. 그리고 재산 목록은 어어져 녹음기, 진공청소기, 아무도 보지 않는 텔레비전
수상기와 그 옆에 걸려 있는 오래된 만화 선전 광고를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은 위성 화상의
대지의 빛을 띤 하늘 아래 놓여 있으며, 주인공인 '보디빌더'는 튀어나온 근육을 자랑한다.
소비 사회를 공략하는 정복자의 우스꽝스러운 형상인 그는 손에 커다란 사탕을 들고 있고,
그 사탕에는 보란 듯이 '팝'이란 단어가 쓰여 있다.
다양한 사건에 관심이 많았던 리처드 해밀턴은 1968년 언론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사진 한 장으로 작업을 했다.
이 사진은 손목에 수갑을 찬 채 마약 사건으로 체포된 롤링 스톤즈의 멤버 중 한 사람으로
찍은 것으로, 실추된 유명인이자 반 순응주의적인 '아이돌'을 표현한 이 모호하고
유황 내 나는 이미지는 젊은 세대가 증오하던 사회적 억압의 희생물인 현대적
순교자를 그린 '포스터'를 통해 현장 범죄의 상황을 역전시켰다.
이 이미지는 곧 널리 유포된 일련의 회화와 실크 스크린 작품의 계기가 되었으며,
해밀턴은 매우 미디어적인 이 모티프 속에서 자신의 '루앙 대성당'을 발견해 낸 것이다.
모네에게 <루앙 대성당> 연작은, 성스러운 기념물의 형상을 띤 그림의 표면 위에
모든 표현의 신성하고 미세하고 내재적인 원천, 즉 빛의 무한한 변화를 포착해 낼 수 있는
최고의 방식, 실험실의 실험처럼 반복적이며 거의 과학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가식적 세계의 근원을 추구한 이러한 작업은 역설적이게도 결국 인상주의로 하여금
수세기 동안 회화와 현실 사이에 확립되어 있던 모든 규범을 산산조각 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모든 규범은 태동기에 있던 사진술에게 넘어가졌다. 그리고
화가의 작업 대상이자 주제인 회화의 특수성을 우선시함으로써
단절은 이행된 것처럼 보였다. 완성되지 않은 것, 남겨진 것, 그려지지 않은 것은
전통적인 회화적 방식과 대등한 물질적 명백함의 상태를 띠었다. 이때부터
유일한 승선자인 미술가는 사회에서 점점 더 소외되어 가는 항해 속에 뛰어들었다.
회화의 단절된 연속성의 모습처럼, 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방향 이탈이 일어난 것이다.
라루스 서양미술사 현대미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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